Fill Gallery Group Exhibition _시각적 대상으로서의 풍경을 넘어서..
우리는 '풍경(Scenery)'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흔히 눈앞에 펼쳐진 익숙한 자연의 전경이나 도시의 정지된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 시각적 대상으로서의 풍경을 넘어섭니다. 《Scenery》는 각 작가가 마주하고 해석한 '내면의 풍경', '사회적 관계의 풍경', 나아가 '인식의 구조가 만들어낸 철학적 풍경'을 총체적으로 아우릅니다. 21세기, 우리의 풍경은 더 이상 단순한 외부의 기록이 아니라, 실재와 허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관계의 층위가 복잡하게 얽힌, 끊임없이 '변동하는 인식의 지형(知形)'이 되었습니다.
이번 《Scenery》 전시는 동시대 한국 미술의 가장 첨예한 주제인 '시각적 진실의 모순'과 '존재의 유동적인 구조'를 탐구하는 8인의 시선을 한데 모았습니다. 8명의 작가는 회화의 전통적인 프레임을 해체하고, 미디어 시대의 조작된 이미지부터 인간 사회의 근원적 갈등까지, 우리의 삶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새로운 '풍경'의 언어로 재구성합니다.
서웅주는 미디어를 통해 주입된 이미지가 가진 조작성과 허상을 극사실 회화로 역설합니다. 구겨진 사진을 재현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사실과 다른 복제물'일 수 있다는 냉철한 비판적 시선을 던지며, 《Scenery》의 첫 문을 엽니다. 이어 정재철은 인간 관계와 사회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모순과 갈등을 붓질의 겹침과 지움, 즉 '타협의 흔적'으로 가시화합니다. 그의 추상 화면은 현실이라는 풍경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수많은 폭력과 양보의 기록입니다.
한편, 박수형 작가가 지속적인 선 긋기로 쌓아 올린 풀의 형상은 사회 집단 속에서 꿈틀대는 개인의 욕망과 저항을 상징합니다. '무(無의 공간)'와 대비되는 생장의 발악은 현대인의 실존적 투쟁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풍경입니다. 이러한 유동적 구조는 이혁의 작업에서 더욱 존재론적으로 확장됩니다. 그는 '머무름'을 거부하고, ‘되기의 리듬'을 포착하며, 겹겹이 쌓이고 미세하게 어긋나는 색의 결을 통해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유동적인 존재의 방식을 시각화합니다.
이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김지훈은 '노화중(aging)과 녹화중(rusting)'이라는 화두를 통해 회화의 '시간성의 깊이'를 탐구합니다. 생활용 페인트와 도상(원, 삼각뿔)의 중첩을 사용하는 그의 작업은 완성 이후에도 변화하며 생을 이어가는 형상의 운명을 보여줍니다. 이호섭은 도시의 기하학적 이미지와 옵티컬 효과를 통해 '가상의 창조'를 구현하며, 시각적 진동과 울림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풍경을 제시합니다.
위영일은 이러한 회화적 담론을 더욱 구조적으로 심화시키며, 직선 없는 만곡의 '중성적 구조'와 변형된 지지체를 통해 회화의 전통적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 미술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회화의 조건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현배 작가는 물감의 '현존(Present)'을 추구하며, 순간적인 직관과 실존적 제스처를 기록하여 구름, 파도와 같이 유동적이고 자율적인 회화 자체의 실체를 화면 위에 펼쳐냅니다.
8인의 작가는 각기 다른 매체와 조형 언어로 《Scenery》라는 주제에 접근하지만,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이 과연 진실인가', 그리고 '이 현실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어떤 형태로 흘러가는가'라는 현시대적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인 시선으로 참여하기를 제안합니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이미지'의 이면을 탐색하고,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층위'를 해독해 보며,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풍경 속에서 '나 자신의 실존적인 위치'를 재확인하는 사유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