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스큐라는 오는 6 월 18일부터 7 월 12일까지 유현경, 이은경과 함께 《타인 ? 응시의 윤리》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엠마뉘엘 레비나스의 선언―“얼굴은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살해하지 말라는 침묵의 명령”―에서 출발한다. 얼굴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타자가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 자리이며, ‘응시’는 단순한 시선 교환이 아닌 윤리적 관계의 시작점이다.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는 동시에, 이미 그 안에서 ‘보이고 있는 자’로 위치가 전환된다. 이때 시선의 교환은 긴장과 거리, 책임의 감각 속에서 끊임없이 갱신된다. 전시는 유현경과 이은경의 초상 작업을 통해, 이러한 ‘응시의 윤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얼굴과 응시의 깊이를 탐색하기 위해 ‘텅 빈 자리’라는 개념을 여러 철학적 사유와 연결한다. 레비나스의 il y a는 어떤 존재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있음’ 그 자체만이 무겁게 떠도는 익명의 존재감을 뜻한다. 이는 충만함이나 결핍 이전의 배경으로,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실존의 조건을 암시한다. 사르트르의 neant는 주체가 세계에 ‘없음’을 생성함으로써 자유와 의미를 여는 실존적 결여를 가리키며, 불교의 공(??nyat?)은 모든 존재가 서로 의존하며 자아라는 실체가 없다는 ‘비자성’을 통해, 비어 있음이 곧 무한한 가능성임을 드러낸다. 라캉의 ‘응시(le regard)’는 이미지 내부의 보이지 않는 시점이 관객을 되쏘아, 주체를 타자의 무한한 거리 앞에 노출시킨다. 이처럼 얼굴은 ‘il y a, neant, 공’의 얇은 막을 통과하는 장소가 되며, 관객은 그 막 너머에서 되돌아오는 응시를 마주하며 타자의 고통과 욕망, 그리고 침묵을 해독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을 부여받는다.
이 공백의 윤리는 두 작가에게서 서로 다른 미학으로 구현된다. 이은경은 거울을 활용한 회화 속 자화상을 통해, 관객의 모습을 작품 내부로 끌어들인다. 관람자는 자신이 던진 시선보다 먼저 회화 안에서 발신되는 ‘보이지 않는 눈길’에 포획되며, 레비나스가 말한 윤리적 비대칭성과 라캉이 말한 응시의 역전을 체험하게 된다. 반면, 유현경은 하나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겹쳐 그리며 두터운 레이어 사이에 투명한 틈을 남긴다. 이는 얼굴을 완전히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면에 드러내며, 사르트르의 ‘무’와 불교의 ‘공’이 붓질 사이로 스며들어 얼굴을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로 전환시킨다. 관람자는 이 끝없이 미끄러지는 표면 속에서 타자를 향한 무한한 책임의 여백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두 작가가 드러내는 것은 같은 침묵이다. 그 침묵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타자와 마주할 때마다 새롭게 열리는 윤리적 가능성의 자리다. 얼굴이라는 장소는 레비나스의 il y a, 사르트르의 neant, 불교의 공, 그리고 라캉의 응시가 교차하는 지점이며, 관객은 그 빈칸을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하며 채워나가게 된다. 《타인 ? 응시의 윤리》는 ‘보이는 자’와 ‘보는 자’를 뒤집는 시선의 미학, 그리고 공백 속에서 피어나는 책임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옵스큐라3(양재)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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