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인네가 있다.
화자인 '나'는 상대가 되는 사촌여동생보다 나이가 여덟 살 위인데, 제법 풍족한 노년 살이를 하고
있다. 반면 사촌동생은 '나'의 집에 파출부식으로 일하며 얻어 먹고 사는 빈핍한 노년살이다.
소설은 그런 두 사람 사이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수다가 지속되는 재미와 함께 술술 읽히
다가 일상의 남루한 지속에 반전이 생긴다. 동생이 어느 날 훌쩍 아는 민박집이 있는 남쪽섬으로
가서 임자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점잖은 늙은 뱃사람과 사촌 여동생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작중 화자의 표현대로 우리에게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바로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본원적 그리움을 일으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