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야기, 두 가지의 다른 느낌
각자 다른 유파, 다른 성별, 각자 다른 활동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공연자로서의 경험 등 비슷하고도 다른 두 사람이 부르는 <수궁가>인 만큼 전통이 현재의 소리꾼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전수되었고, 그 개인들이 어떠한 작업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그 안에서 그들에게 전통 판소리는 무엇인지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작품소개]
남해(南海)용왕이 갑자기 병으로 눕게 된다. 백약이 다 무효한데 토끼의 간이 신약이라고 하여 누가 가서 토끼를 잡아오느냐를 논의하던 중, 별주부가 자청하여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별주부는 결국 토끼를 유혹하여 용궁으로 데려와 용왕님께 바친다. 용왕이 기뻐하며 토끼의 배를 가르려고 할 때, 토끼는 간이 육지에 있다고 꾀를 내어 말한다. 그 말에 용왕이 속아 별주부와 토끼를 육지로 보내는데…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 하나로 토끼와 자라의 행동을 통해 인간세상을 풍자하는 판소리이다. 이번 완창 판소리 <수궁가>는 다른 유파의 보성소리 강산제<수궁가>, 정광수 바디 <수궁가>를 젊은 두 소리꾼 김소진, 안이호가 완창한다.
보성소리 강산제 <수궁가>의 사설은 고상하고 점잖으며 도덕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며 분명한 성음구사, 잘 정리된 사설과 창자의 인격완성에 중점을 둔점이 특징이다.
우조가 강조된 남성적인 「동편제」에 비해 보다 섬세하고 계면조의 비중이 높다. 정광수 바디 <수궁가>는 비교적 남성적이고 선이 굵으며 힘있는 소리 이다. 정광수 명창은 말년에 유성준의 소리에다 어릴 때 배웠던 서편제 수궁가와 정응민에게서 배운 보성소리 수궁가를 참작하여 별도의 수궁가를 만들었다. 이렇게 짜여진 ‘정광수 수궁가’는 어떠한 수궁가보다도 완성된 느낌을 준다.
[기획의도]
판소리 만들기 ‘자’ 와 정가악회는 전통음악과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국내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다. 이러한 창작 작업의 근간에는 전통 판소리가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두 단체는 끊임없는 창작 작업들 사이에 전통 판소리 완창을 기획하여 내부적으로는 소리꾼들 개인의 역량강화에 힘쓰고 대외적으로는 창작판소리에 집중된 관심을 전통 판소리 완창으로 이어 판소리라는 장르의 관객층 확장을 실현시키고자 이번 공연을 공동기획하게 되었다.
[아티스트]
두 젊은 소리꾼은 판소리의 동시대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김소진은 판소리 만들기 ‘자’의 소리꾼 겸 작창가로 활동하면서 살아 숨쉬는 판소리를 만들고자 하는 젊은 소리꾼이며, <낭독음악극 ‘왕모래’>, <정가악회, 세계문학과 만나다>시리즈 등 전통음악과 문학과의 접목으로 한국공연예술의 새로운 무대양식을 제시하는 정가악회의 젊은 소리꾼 안이호 역시, 전통을 바탕으로 지금의 한국음악을 만들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 둘의 만남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