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선 제5회 개인전 카오스모스의 示 기간 : 2017-11-30 ~ 2017-12-05 장소 : 3.15아트센터 문의처 : 010-9235-8079 요금 : 무료 미술 경남 예매하기

상세정보

사유, 치유, 카오스모시스


오희선의 2017년 개인전을 포괄하는 주제어는 카오스모스이다. 카오스 (혼돈)과 코스모스 (우주)의 합성어인 카오스모스는 혼돈 속의 우주, 혹은 혼돈 상태가 정제되고 안정화된 방식으로 나타나는 세계이다. 카오스모스는 혼돈과 정제, 불안정과 안정, 그리고 불확실성과 그것의 조정과 같은 이항대립으로 구성되며, 또한 혼돈의 과거로부터 안정의 미래로 나아가는 시간적 축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카오스모스의 개념에 오랜 시간 관심을 가지며, 이를 회화와 설치작업을 통해 시각언어로 발전시켜 왔다.

신체는 그의 작업에서 주로 등장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그의 평면작업에서의 신체는 분해되고, 변화하고, 확장한다. 분절된 몸통은 불완전한 재현이기보다는 자율적 개체로서 분산되어 있고, 그 안과 바깥에는 그 정체성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선과 면, 혹은 이미지들로 덧붙여진다. 또한 신체와 신체, 혹은 신체와 (물고기와 같은) 다른 생명체는 근접하며, 교차하고, 또한 이접한다. 환영의 이미지를 물질화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친숙한 대상을 낮설게 만들고 이를 통해 항시 변화의 상태에 놓여있는 생활세계를 굴절시킨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마주하는 공간환경이 불현 듯 낮설게 느껴짐에 따라 세계를 인지하는 감각체계를 재구성한다는 프로이드의 언캐니 (the uncanny), 그리고 이후의 정신분석학의 계보는 본 작가가 그려내는 카오스모스의 세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학문적 접점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가고자 한다. 만약 카오스모스가 혼돈과 안정이라는 두 상태의 기계적 조합을 나타낸다면, 가족구조 분석에 기반하는 프로이드의 주체 논의를 확장하는 펠릭스 가타리는 ‘카오스모시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에 따라 절대 안정화 상태에 놓여질 수 없는 –그리고 성적 업압구조로서는 충분히 파악될 수 없는- 세계의 무한성과 복잡성을 주장한다. 작가가 주목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불안 등으로 뒤섞인 카오스모스는 그 자체로 완결된 세계가 아니듯, 그가 그려낸 세계는, 비록 물질화된 상태로 일상공간에 남겨지지만, 항상 예측하지 못하는 정서와 감각, 그리고 강도와 리듬에 의해서 끊임없이 재구성됨을 함축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그의 2017년 작업에서는 정제와 흩어짐, 운동과 정지의 미묘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작가의 이전 작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물과 표현기법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편, 파랑색의 두드러진 사용과 그것이 펼쳐내는 중성적 느낌은 주목할 지점이다. 활기차지도 우울하지도 않고, 또한 화려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파랑은 말이나 글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한 일상의 상태를 반영하는 듯하다. 나아가 그림을 통한 치유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이러한 모호한 세계를 그려냄에 따라 합리와 비합리, 그리고 고착화되어 때로는 파괴적으로 치닫는 감정의 극단화로부터의 거리두기를 부드러운 방식으로 실천한다.

백승한, 미술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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