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맞이하여 기획한 전시 《불협화음의 기술: 다름과 함께 하기》는 영국문화원의 소장품 중에서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동시대 작가 16 명의 작품 약 26점으로 구성되었다. 이 전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영국에서 일어난 사회, 정치, 문화적 주요 사건과 활동을 배경으로 삼는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는 영국 사회의 계층, 민족, 경제, 정치적 분열과 그 경계에 대하여 자신만의 언어와 목소리로 개입을 시도하는 예술가들의 태도와 실천을 살피는 데 전시의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280여 점의 다양한 오브제와 자료들로 구성된 제레미 델러와 알란 케인의 <포크 아카이브>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모습을 통해 영국의 전통과 문화와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토대를 마련한다. 이와 함께 차분한 일상 속에 새겨진 갈등과 분열의 흔적을 담은 마틴 파와 폴 그라함의 사진, 가장 진부한 이미지들로 동시대 영국의 초상을 유희적으로 담아 냄으로써 오늘날 영국인이라고 칭한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하는 그레이슨 페리의 거대한 태피스트리, 관습화된 영국 사회의 오래된 계급 문화를 풍자하는 마크 월린저의 비디오 설치작은 영국 사회의 오랜 분열 양상을 다각도로 함축하여 제시한다.
한편, 모나 하툼, 루바이나 히미드, 존 아캄프라, 삼손 캄발루는 자전적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회 안에서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환기하며 그 사회에 비평적으로 도전하는 삶 자체를 시각 예술의 언어로 선보인다. 칼리 스푸너, 레이첼 맥클린, 볼프강 틸만스, 밥 앤 로버타 스미스, 에드 홀은 작가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시대 영국의 시급한 문제를 발화하며, 질리안 웨어링의 초기작과 함께 어우러져 정치적 입장의 다양성을 드러낸다.
불협화음을 낼지언정,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다양한 목소리들은 끊임없이 분열과 통합을 지속해나가는 영국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작가들의 시선과 외침은 다른 목소리와 이질적인 가치가 뒤섞여 공존하는 영국 사회와 공명하는 예술 실천의 흐름을 다각도로 살필 수 있게 한다. 영국의 가까운 과거로부터 새롭게 직조하여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이 전시는 사회에 개입하는 다양한 예술 실천의 모습을 살핌으로써 우리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를 향해 각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낼 것을 요청한다. 이를 통해 본 전시는 이와 같은 예술 실천이 사회 속에서 각기 다른 발화로 이루어진 불협화음의 공간을 생성하는 전략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