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아티스트 아트 어라운드 <표면 위, 수면 아래>
오프닝: 2016년 12월 12일 (월요일), 저녁 6시, 아마도예술공간 1층 Bar
전시기간: 2016년 12월 12일 – 2017년 1월 8일
운영시간: 오전11시 – 오후 7시 / 월요일 휴관
참여작가: 조혜진, 한성우
후원: 네이버문화재단
아마도예술공간은 (재)네이버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헬로!아티스트>의 오프라인 전시 시리즈인 <아트 어라운드 (Art Around)>의 네 번째 전시를 개최한다. 본 전시 <표면 위, 수면 아래>는 선정된 두 작가의 ‘차이’를 전시의 기본 뼈대로 한다. 실제로 본 전시에 참여하는 두 명의 작가, 조혜진과 한성우는 사유 전개의 방식과 태도, 그리고 다루는 주요 매체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전시는 그것의 강제적인 시각적 교합이나 만들어진 서사에 주목하기보다는 그들 고유의 언어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 차이 속에서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조화의 지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차이’의 구조 속에서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듯하지만, 결국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곁에 두고 지나치던 어떤 표면에 머물러 있는 것, 즉 무심코 소비되는 이미지나 눈이 채 머무르지 않는 풍경과 같은 것이며, 거기에 작가의 고유한 사유가 덧대어져 생겨나는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이다.
아마도예술공간의 지하층은 한성우 작가의 풍경화 표면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어떤 정서로 가득 찬다. 과거 자신의 작업을 ‘무대의 뒤편’ 또는 ‘풍경의 뒷모습’으로 수식했던 작가는 목공실이나 환풍기가 놓인 공간 등, 인적이 없는 특정 장소를 기록하고 재현하였다. 하지만 작가가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은 전경(前景), 즉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다. ‘뒤편’ 또는 ‘뒷모습’이라는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바라보는 풍경이란 삶과 맞닿아 있으나 보이지 않는, 즉 그 이면의 정서가 직조해내는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캔버스 위의 풍경, 그 표면 위로 떠오르는 정서는 무대 앞의 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 후 남겨진 것들의 무질서, 인기척이 사라진 시공간의 공허함, 시야나 기억으로부터 멀어진 것들이 만들어내는 멜랑콜리함과 같은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특정 장소나 풍경, 그 배경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리고 장소를 기록하고 그것을 재현하는 행위로부터 멀어져 기존에 유지해오던 정서, 특정 풍경을 바라보며 다가서고자 했던 그 정서에 오롯이 집중한다. 즉, 캔버스 위의 이미지, 그 표면으로부터 그가 바라보던 정서를 포착해내고자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는 헝클어지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며, 더 이상 그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붓질에 붓질을 더하고, 구체적 이미지나 풍경으로 뚜렷해지기 전 그것을 다시 허물며, 다시 또 그 위에 색과 붓질을 덮음으로써 실체가 없는 그것을 그리는 행위는 이미 기존의 풍경으로부터 멀어져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포착하고자 하던 정서에 가까워지게 한다. 결국 작가의 회화적 행위가 반복되고 더해짐으로써 생겨난 이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선 모호한 이미지에는 정서만이 부유하게 되며, 아스러진 풍경에 담긴 정서는 각 캔버스를 넘어 공간을 부유하는 또 하나의 정서로 귀결된다.
아마도예술공간의 지상층에는 지하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해당 공간을 사용하는 조혜진 작가는 연구자적 태도를 바탕으로 특정 대상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아카이브적 접근법과 조각적 해석을 통해 수집된 자료 사이에 새로운 관계망을 구축한다. 그리고 하나의 대상으로부터 그것이 기능하는 상황과 조건에 의문을 제시하고,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그 구조를 해부하여 단층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지형도를 직조한다. 그녀는 일상 속에서 당연한 듯 존재해왔던 사물이나 대상이 사회의 변천에 따라 변화하는 기능의 추이를 살피며, 그것으로부터 파생 가능한 다양한 맥락을 학제를 넘나들며 넓혀나간다.
본 전시에서는 소위 ‘무연고 이미지’, 즉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는 출처가 불분명한 이미지 또는 반복된 복제와 변형에 의해 원본으로부터 멀어진 이미지에 주목하고 그것을 연구자적 태도를 바탕으로 해체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수면 아래 존재하는 유통과 소비의 작동원리를 추적한다. 종이컵의 전면을 무심하게 장식하던 이미지나 패턴은 수집되어 컴퓨터 데이터화되고, 그것을 해체 후 재구성한 이미지는 상품이 순환하는 유통망을 추적하기 위한 단서로 기능하게 된다. 또한, 작가 스스로 유통시스템에 진입하기 위해 수집된 이미지를 재번역하고 제시하는 과정에서 무연고의 이미지는 새로운 의미와 지위를 획득하게 되지만, 또다시 시스템에 투입되어 순환됨으로써 무연고의 상태를 자처하게 된다. 조혜진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연구자적 태도와 예술가적 시선, 이성적 사유와 예술적 실천이 교차하는 지점을 살피고 그로부터 의미의 가지를 파생시킬 지점을 설정한다. 본 전시에서 그것은 분류 및 재조합된 데이터 관련 서류, 시스템 진입을 위해 번역/ 재가공된 이미지를 사용한 제안서, 공장으로부터 종이컵이 유통되는 물리적 루트를 시각화한 모의주행 영상, 또 다른 차원의 유통 및 소비구조를 추적, 연구하기 위해 벡터 이미지화한 데이터를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과정에서 자료화된 서류 더미와 같은 것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과 함께 물리적 현실의 차원에서 이미지 정보가 배포, 확산되는 간판의 형식에 주목하고, 조각적 차원에서 가능태로서의 프레임으로 재해석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시각적 결과물들은 개별적 맥락 아래 각자의 층을 형성하지만,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새로운 지층이 형성되고, 더 나아가 또 다른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루트가 된다. 결국, 조혜진 작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아오는 현상의 수면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의 원리를 일상의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드러내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하고 제시한다.
전시의 제목<표면 위, 수면 아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와 ‘아래’로 대비되는 표현은 각 작가 고유의 조형적 언어에서 드러나는 차이에 대한 은유이며, 언어화된 강제적 키워드로 엮이지 않고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작가 개개인의 사유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번 전시의 큰 구조인 ‘차이’는 두 작가의 다른 형식과 태도를 통해 더욱 명료해지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존재하던 다양한 현상의 표면에 주목한다는 것, 그 시작점은 삶과 밀접한 일상적 순간의 표면이라는 것에서 동일하다. 그리고 눈으로 인지하는 풍경이나 표피적인 이미지, 즉 포착된 표면적 상(像)으로부터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일상과 맞닿아 어느 순간 존재감이 희미해진 ‘표면’ 위에 드리운 정서가 발화하는 순간이자, ‘수면’의 아래에서 표면의 파장을 생성하는 생태, 즉 이 세계가 작동하고 기능하는 시스템에 작가의 의문이 침투함으로써 그 의미가 새롭게 가시화되는 지점이다. (김성우 책임큐레이터 / 아마도예술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