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유리상자-아트스타」Ver.5 이규홍展 기간 : 2016-11-04 ~ 2016-12-25 장소 : 봉산문화회관 문의처 : 053-661-3521 요금 : - 미술 대구 예매하기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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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았다.

우물 옆의 절구통과 돌 수반, 마루 위의 다듬이 돌, 벽에 달려 있던 메주,
멍석에 말리던 고추, 마당 한 켠의 감나무와 대나무…

바닥에 아른거리는 나무의 그림자가
어린 시절 감나무 아래에서 노닐던 기억과 만났다.

의식이 빛의 속도로 시간을 거스를 때가 있다.

 

- 작가 이규홍 -

 


 작품 평문


들여다보기, 들어가보기

 

사방이 유리로 된 42.9㎡ 남짓한 너비의 상자 앞에 선다. 투명하고 얇은 면에 손을 대어본다. 매끈하고 단단한 감촉이 느껴지는 손가락 사이로 차가운 기운이 스며든다. 흠칫 놀라 손을 떼어보지만 차가운 느낌은 한동안 가시질 않는다. 비단 겨울을 앞둔 11월의 날씨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잠시, 들여다본 유리창 너머로 풍경이 아른거렸다. 매달려 있는 혹은 붙들고 있는 그 모습을, 멈칫거리는 혹은 옴나위하는 그 움직임을 다시 의식한다. 그때, 한 줄기 빛이 풍경 속으로 비춰지고, 가는 선을 타고 흐르던 덩어리 끝에 빛이 양껏 맺혔다. 빛을 머금은 풍경은 온전히 따스함 그 자체이다.

 

알고 지낸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지만, 깊게 대화를 나눠볼 기회도 없었기에 충분히 작가와 작업에 대해 알고 있지를 못했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급급히 이것저것을 뒤지다 본 작가노트의 마지막 문장에서 실마리를 꿸 단서를 떠올렸다. ‘의식이 빛의 속도로 시간을 거스를 때가 있다’ 작가가 적어놓은 이 한 문장이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는 현재를 앞질러 미래로 달아날 수도 없고, 현재를 뒤돌려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거스르고자 함은, 혹은 의지와 무관하게 거슬러지게 됨은 도달하고자 하는 과거 그 끝에 무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업을 구상하고 그것을 풀어놓는 데는 무수히 많은 방법적 선택의 기회가 있다. 그러나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는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한계에 봉착하기 쉽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다룰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롭게 모국어로 말하며 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 시절의 전공은 이후 작가로서의 길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유리’라는 물성에 반해 학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자신의 언어를 정해놓았다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로서 가질 수 있는 큰 행운 중 하나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녹은 유리는 파이프 끝에 매달려 작가의 숨이 불어넣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여러 종류의 ‘숨’이 있을 것이다. 후회 속에 내뱉는 한 숨이나 연민의 감정을 담은 한 숨, 아니면 긴 긴장 끝에 찾은 안도의 한 숨도 있을 것이다. 또는 죽어가고 있는 것을 살리기 위해 불어넣는 심폐소생술 행위 속의 한 숨도 있을 것이다. ‘숨을 불어넣는다’는 것. 생기 없는 것을 되살리기 위한 행위에 우리는 이 관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아직 제 생명력을 온전히 가지지 못한 체 흐르던 유리가 차갑게 식기 전, ‘숨을 불어넣는다’는 것. 작가가 불어넣고자한 그 숨은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 도달하고 싶은 저편을 되살리기 위한 숨이었을까. 이제는 만질 수도 붙잡을 수도 없지만, 만지고 싶고 붙잡고 싶은 것을 되살리기 위해 한껏 끌어올려 불어넣는 한 숨 말이다. 아니면 오히려 저편에서부터 끌어올린 깊은 한 숨이었을까.
연속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 현실과 겹쳐지며 불쑥 찾아오는 파편화된 기억들이 있다. 마치 손이 미끄러져 놓쳐버리는 바람에 깨뜨려버린 내가 좋아하던 유리컵의 조각들을 우연히 맞닥뜨렸을 때와 비슷하다. 시간이 흐르며 차츰 흐릿해지고 오늘의 기억에 묻혀질 때쯤, 다 치웠다고 생각했지만 소파 밑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며 발견되기도 하고, 식탁 밑에서 발에 밟혀 발견되기도 하는 조각들을 우연히 마주했을 때가 말이다. 그 컵은 이제 없다. 사실 그 컵에 대한 물질적인 기억보다는 컵과 관련된 풍경들이 덧씌워져 떠오르게 마련이다. 알맞게 쏙 들어오던 그 둥글기, 손바닥에 전해지던 차의 뜨듯함, 몸도 풀리고 눈도 풀린 상태로 나누던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담소들... 작은 조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너무나도 빠르게 저편으로 거슬러 가진다.
키를 훌쩍 넘을 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아이에게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렸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마당에는 우물 옆 절구통, 멍석 위 빨간 고추가 있었다. 그리고 고추만큼이나 빨갛게 익어가던 감이 주렁주렁 달린 커다란 감나무. 이따금 감나무 밑에는 아버지가 서계셨다곤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의 얼굴은 점점 수척해갔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아채기에는 뉘엿뉘엿해진 햇빛 속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따듯했으리라.

 

작가가 불어넣은 한 숨, 그 되살림의 행위를 통해 우리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그 때 그 감나무가 있던 마당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빛을 머금은 따스한 풍경 속을 함께 거닌다.

 

- 예술학 양영은 -

 


 작가 소개
이규홍  李圭烘  Lee, Kyou Hong
2004 영국 에든버러 예술대학교 대학원 졸업(M.Des in Glass)
1999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졸업(B.F.A in Art& Craft)

 

개인전
2016 GLASS BOX ARTSTAR Ve.5 이규홍, 봉산문화회관, 대구
2014 Trace of Time, 갤러리 스클로, 서울
2010 Nature of Life, 갤러리 팔레 드 서울, 서울
2006 Nature of Life, The Glass House Hotel gallery, 에든버러, 영국

 

단체전
2016 S.O.F.A CHICAGO 2016, Navy Pier, 시카고
      Affordable Art Fair, 홍콩컨벤션센터, 홍콩
      현대 유리조형의 오늘, 석당미술관, 부산
2015 Contemporary Korean Glass Art, 갤러리 스클로, 서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초청 전시, 청주
      2015 아름지기 기금마련 기획전, 아름지기재단, 서울
2013 10years Anniversary Exhibition, 갤러리 스클로, 서울
2012 Illuminated, Shinhwa gallery, 홍콩
2011 김준용 이규홍 2인전, 갤러리 스클로, 서울
2009 Three Artists from Korea, Cochrane Theatre Gallery, 런던
2008 Contemporary Korean Glass, MAGA gallery, 북경
2006 S.O.F.A NEWYORK 2006, Amory hall, 뉴욕
      2006 New Works, 갤러리 스클로, 서울
2005 10th Korean Glass Works, Hilton Hotel Gallery, 아들레이드
      NEW DESIGNERS 2005, Business Design Center, 런던

 

수상
201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세라믹스공모전 심사위원상 수상
2009 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지원작가 선정
2006 독일 코부르크 유리공모 입상 (Short-listed, COBURG GLASS PRIZE 2006, Germany)
2003 영국 해들리 트러스트 재단 장학생 선정 (Headly Trust Grant- Headly Trust Foundation, UK)

 

레지던시
2005 에든버러 예술대학교(Edinburgh College of Art), 영국

 

주요저서
2014-2015 건축유리조형읽기, 건축디자인신문<에이앤뉴스>
2009         디지털을 활용한 건축유리 디자인, 국민대학교 출판부
2007.5-2008.2  CAI<월간 교회건축> 잡지 연재

 

작품소장
2016 금융감독원, 서울
2015 Alexander Tutsek-Stiftung 박물관, 뮌헨, 독일
2014 은행회관, 서울
2012 미술은행, 과천
2011 푸른저축은행, 서울
2010 도서출판<자음과 모음>, 서울
2006 Kunstsammlungen der Veste 박물관, 코부르크, 독일
2005 Justin Moodie, 런던

 

주요공공미술 프로젝트
2016 대한제국 주미 공사관, 워싱턴 D.C
2015 성 클라라 수도원, 제주
2013 차이홍 어학원, 서울
2013 시은소교회, 수원
2011 가천 의과대학교 길병원, 인천
2010 부석사, 영주
2009 명성교회, 서울
2008 현대 힐스테이트 서울숲, 서울
2007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안산
2006 고려대학교 안암의료원, 서울
2005 영동중앙교회, 서울
2003 신사동 성당, 서울
2002 남서울교회, 용인

오시는 길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문화회관